「더 페이블(The Fable)」 리뷰: 죽여야 사는 남자, 죽이지 않으면서 살아남기!
오쿠 히로야 작가님의 『헨(HEN)』처럼 조금은 독특한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미나미 카츠히사 작가님의 『더 페이블(The Fable)』에도 분명 흥미를 느끼실 것입니다. 이 만화는 '페이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천재 살인 청부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적이든 6초 안에 깔끔하게 해치운다는 그는 그야말로 '살인의 귀재'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킬러에게 어느 날, 그의 보스로부터 아주 특별한 명령이 내려집니다. 바로 "1년 동안 아무도 죽이지 말고 오사카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죽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남자가 평범한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그린 범죄 액션 코미디 만화입니다. 극화체 스타일의 그림과 대비되는 적절한 '병맛 개그'가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합니다. 2017년에는 코단샤 만화상 일반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 그리고 그 비범함 때문에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들이 독자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1. 전설의 킬러, 평범함이라는 임무에 도전하다! 아키라 사토의 이중생활
이 만화의 주인공은 '페이블', 본명 아키라 사토라는 남자입니다. 유소년기부터 살인 청부업자로 영재 교육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인간 병기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인 전투 능력과 살인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목표를 완수하는 완벽주의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1년 동안 살인 금지'라는 황당한 임무가 주어집니다. 보스의 명령이기에 따르기는 하지만, 평생 사람을 죽이는 것만 해왔던 그에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그 어떤 암살 임무보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아키라는 오사카로 건너가 '사토 아키라'라는 가명으로 살기 시작합니다. 그의 파트너이자 역시 프로 킬러인 여자는 '사토 요코'라는 가명으로 그의 여동생 행세를 합니다. 이 둘은 함께 한 집에서 살면서 '보통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고, 평범한 일상을 경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살인 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아키라의 행동은 어딘가 어색하고 나사 빠진 듯합니다. 사람들과의 기본적인 대화조차 서툴고, 감정 표현도 서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평범하게 산다'는 임무에서도 드러나면서 기묘한 코믹함을 유발합니다. 옆집에 사는 프로 킬러가 평범한 삶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그의 비범한 능력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휘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사소한 싸움에 휘말렸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제압 기술 같은 것들입니다. 죽이면 안 된다는 제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들이 이 만화의 주요 에피소드를 구성하며, 이러한 아이러니가 큰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아키라의 진지함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들의 대비가 이 만화 특유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는 1년간 무사히 평범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의 고군분투가 이 만화의 핵심입니다.
2. 매력적인 조연들과 '병맛' 케미스트리
「더 페이블」은 주인공 아키라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다양한 조연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듭니다. 아키라의 파트너이자 여동생 행세를 하는 사토 요코는 아키라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프로 킬러이지만, 아키라와는 또 다른 성격과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술에 취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아키라에게 태클을 걸며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남매 같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킬러로서의 본능이 드러날 때의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이 만화에는 야쿠자를 비롯한 각종 '인간 쓰레기들'이 등장합니다. 아키라와 요코가 오사카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엮이게 되는 범죄 조직원들이나 문제 있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폭력적이고 잔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딘가 허술하거나 황당한 행동으로 코믹함을 유발합니다. 첫 빌런이었던 분조장 야쿠자나 흥신소 편의 빌런, 그리고 후반부의 야마오카 같은 인물들은 쓰레기 같은 면모와 함께 나름의 '간지'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하고, 진지함과 코믹함이 뒤섞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사건들이 이 만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아키라가 평범한 삶을 살려 하면서 만나는 동네 주민들이나 아르바이트 동료들 또한 아키라의 어색한 행동과 대비되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아키라가 인간적인 감정을 조금씩 배워가는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개성 넘치는 조연들과 아키라의 '병맛' 케미스트리는 이 만화의 큰 웃음 포인트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화체 그림 스타일 덕분에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행동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며, 이는 코믹한 상황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이야기의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높입니다.
3. 액션과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 '죽이지 않는다'는 제약 속의 긴장감
「더 페이블」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범죄 액션과 코미디 장르를 절묘하게 뒤섞었다는 점입니다. 아키라는 초일류 킬러이기에 언제든지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아무도 죽이지 않는다'는 보스의 명령 때문에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제압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이 만화의 액션 장면을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아키라가 어떻게 상대를 죽이지 않고 무력화시킬지 예측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의 뛰어난 격투 실력과 반사 신경은 여전하지만, 그 능력을 살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동시에 이 만화는 아키라의 평범한 삶 도전기 속에서 발생하는 황당하고 '병맛'스러운 코믹 상황들을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킬러로서의 본능과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상식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아키라의 모습,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그의 엉뚱한 행동이나 대사들이 웃음을 유발합니다. 심각한 범죄 사건이나 위험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와중에도 코믹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삽입되어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액션과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는 이 만화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냅니다. 독자는 아키라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긴장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의 어설픈 모습이나 황당한 상황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이야기의 전개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키라와 요코가 평범하게 살려 하지만, 주변의 범죄 조직이나 위험한 인물들이 자꾸 얽혀들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키라의 킬러 본능이 드러날 뻔하거나, 죽이지 않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이야기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아키라가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씩 보여주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범죄 세계의 잔혹함과 평범한 일상의 코믹함이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가 이 만화의 큰 매력입니다.
4. '살인의 귀재'가 찾는 평범함의 의미, 그리고 사회의 어둠
「더 페이블」은 단순히 킬러의 코믹한 이중생활을 그린 만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평범함'의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평생 살인 기술만을 연마하며 살아온 아키라에게 '평범하게 사는 것'은 새로운 임무이자, 어쩌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경험합니다. 그에게 평범함은 익숙하지 않지만, 점차 그 속에서 작은 행복이나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이 만화는 아키라가 마주하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줍니다. 야쿠자나 범죄 조직의 세계는 잔혹하고 비열하며, 힘과 폭력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아키라는 이러한 어둠 속에서 살아왔지만, 평범한 세상에 나와서도 여전히 범죄와 악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합니다.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묘사되는 인물들은 사회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추악한 욕망과 폭력을 상징합니다. 이 만화는 이러한 어둠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나 유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아키라는 킬러로서 냉철하고 비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삶을 경험하면서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배워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타인을 걱정하거나, 작은 것에 기뻐하거나, 혹은 분노하는 모습들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죽이지 않는다'는 제약은 그에게 단순히 임무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킬러 본능을 억제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더 페이블」은 '살인의 귀재'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려운 임무인 '평범하게 사는 것'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범죄 세계의 잔혹함과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만화는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아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는 평도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 '빅잼'이라고 이야기하는 숨겨진 명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약: 「더 페이블」은 어떤 적이든 6초 안에 해치우는 전설적인 킬러 '페이블', 아키라 사토가 1년 동안 살인 없이 평범한 시민으로 살라는 임무를 받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코미디 만화입니다. 압도적인 킬러 능력과 어설픈 평범함 사이의 아이러니, 개성 넘치는 조연들과의 '병맛' 케미스트리, 그리고 '죽이지 않는다'는 제약 속에서 벌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황당한 코미디의 절묘한 조화가 이 작품의 큰 매력입니다. 평범함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며,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와 함께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독특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