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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잔향, 죄와 속죄, 그리고 남겨진 것들의 이야기

by qatgrf1 2025. 6. 5.

만화책 잔향
만화책 잔향

 

 

 

 

만화 '잔향', 전직 야쿠자와 외톨이 청년의 기묘한 동행

 

여러분, 혹시 살면서 예상치 못한 사람과 엮이면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경험이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 소개해 드릴 만화 '잔향'은 바로 그런 기묘한 만남에서 시작되는 작품입니다! '지뢰진'으로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계신 다카하시 츠토무 작가님의 작품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분위기가 굉장히 묵직하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습니다. 공단 지대의 허름한 원룸에서 만난 두 남자의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이 어둡지만 강렬한 '잔향'의 세계로 빠져보실까요?

 

 

허름한 원룸에서 만난 두 남자, 외톨이와 전직 야쿠자

 

'잔향'의 이야기는 음침한 분위기의 공단 지대, 그곳에 자리한 허름한 원룸촌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사토루는 사회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젊은 청년입니다. 특별한 목표도 없이, 사람들과의 관계도 거의 없이 고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마치 도시의 그림자처럼 조용히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사토루의 옆집에 한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세가와라는 이름의 이 노인은 과거에 악명을 떨쳤던 전직 야쿠자이자 킬러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병들어 죽음을 앞둔, 다 쓰러져가는 상태입니다. 공단 지대의 허름한 원룸이라는 공간은 이 두 인물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사회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공간에서, 사회의 가장자리에 밀려나거나 스스로 벗어난 두 사람이 우연히 이웃으로 만나게 됩니다.

겉모습만 봐서는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지만, 이야기는 이들의 기묘한 인연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과 과거를 숨기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려는 노인 킬러. 이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독자들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들의 대화와 관계를 통해 만화는 인간적인 외로움과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죽음을 앞둔 킬러의 마지막 부탁, 위험한 유산

 

세가와는 죽기 전, 사토루에게 충격적인 부탁을 합니다. 자신은 과거에 많은 사람을 죽인 킬러였고, 그 죄책감 때문인지 죽기 전에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유족들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전달해 달라는 것입니다. 엄청난 돈과 함께, 살인이라는 끔찍한 과거가 담긴 위험한 임무를 외톨이 청년 사토루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사토루는 처음에는 이 황당하고 위험한 제안에 당황하고 거부감을 느낍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어둡고 무거운 과거를 떠안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병들어가는 세가와 노인의 모습과 그의 간절한 부탁,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무미건조한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감 때문에 결국 이 위험한 유산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세가와가 남긴 것은 단순히 돈뭉치가 아니라, 그의 피로 물든 과거와 그 과거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잔향'입니다. 사토루는 이 돈을 전달하기 위해 세가와가 죽인 사람들의 유족들을 찾아다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하게 됩니다.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로 이어지면서, 사토루는 세가와의 과거뿐만 아니라 도시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이 '돈 전달'이라는 임무는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 죄와 벌, 용서와 복수, 그리고 인간적인 연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됩니다.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 다카하시 츠토무 스타일

 

다카하시 츠토무 작가님의 작품답게 '잔향'은 만화 전체에 걸쳐 묵직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밝거나 유쾌한 장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시종일관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작가님 특유의 거친 펜선과 어두운 톤 사용은 공단 지대의 음침함, 인물들의 고독함, 그리고 이야기에 담긴 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잔향'에서는 '지뢰진'이나 다른 작품들처럼 강렬한 액션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인물들의 내면 심리 묘사와 분위기 조성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사토루가 유족들을 찾아다니면서 느끼는 두려움, 연민, 혼란스러움 등 복잡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세가와 노인의 과거 회상이나 그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극적인 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깊은 슬픔과 먹먹함을 안겨줍니다.

이 만화는 유머나 가벼움을 배제하고, 인간 본연의 어두운 면과 사회의 비극적인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죄의 대가, 용서받을 수 없는 과거,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잔향'이라는 제목처럼,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며 맴도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묵직하고 진지한 분위기는 독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습니다. 다카하시 츠토무 작가님의 팬이라면 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이 어두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죄와 속죄, 그리고 남겨진 것들의 이야기

 

'잔향'은 결국 '죄와 속죄', 그리고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직 킬러 세가와는 죽음을 앞두고 뒤늦게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려 합니다. 단순히 돈으로 죄를 씻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것인지는 만화를 읽는 독자들이 각자의 판단에 맡겨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행동이 '잔향'처럼 남아 외톨이 청년 사토루의 삶에 파고들었다는 것입니다.

사토루는 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세가와가 죽인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유족들의 고통을 직접 마주합니다. 분노, 슬픔, 절망 등 다양한 감정을 가진 유족들과 만나면서 사토루는 '살인'이라는 행위가 한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토루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세가와의 과거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만화는 속죄가 가능한가, 죄는 어떻게 대물림되는가,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세가와가 남긴 돈과 임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어, 죄의 무게와 그 영향이 얼마나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아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거창한 해피엔딩보다는, 현실적이고 씁쓸한 결말을 통해 죄가 남긴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인간적인 연결이나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깊이 있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는 만화를 좋아하신다면 '잔향'은 분명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다카하시 츠토무 작가님의 '잔향'은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과 죽음을 앞둔 전직 킬러의 기묘한 만남에서 시작하여, 죄와 속죄, 인간 관계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입니다. 작가님 특유의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와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지뢰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만, 다카하시 츠토무 작가님의 팬이라면 분명 만족하실 만한 깊이와 강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만화는 읽는 동안,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마음에 '잔향'처럼 남을 것입니다. 어둡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진지한 작품을 찾고 계신다면 '잔향'을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